출처: https://nhj12311.tistory.com/296 [This is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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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요즘 영화에는 자칭 페미니즘을 포장해 돈을 벌려는 영화가 많이 보인다. 그러면서 어이 없고, 뻔뻔한 각본과 빈약한 스토리로 실망감을 안겨준 영화도 더러 있었다. 고졸 3명의 여자들이 거대한 기업 사진그룹의 비리를 파헤친다는 내용의 영화는 안 봐도 약자가 강자를 물리치는 뻔한 스토리로 보였다. 안 그래도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이 되니 선입견이 생겨 보기 도전에 한 번은 거르고 들어갔던 영화였다. 게다가 차기작 도리화가를 보기 좋게 말아먹었던 이종필(아저씨 영화에 형사 역으로 출연했었다.) 감독의 영화라 더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내가 생각했던 편견이 보기 좋게 빗나가면서 다시 한번 나의 경솔함을 질책했다. 이 영화는 다른 건 재쳐 두고라도 각각의 캐릭터성과 캐릭터들이 끌고 가는 이야기들과 연출이 상당히 재미있었던 영화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내가 우려했던 약자가 강자를 이긴다는 판타지성이 좀 더 과장되어서 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는 영화를 관람하는 분들에게 있어 좋게 보면 명량하고 유쾌한 영화가 되겠지만, 각 잡고 진지하게 본다면 오글거리고 촌스러운 판타지 영화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개성이 명확한 캐릭터

<씨네21> 에 이종필 감독의 인터뷰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어쩌다'. "캐릭터를 고르는 데 있어서 별 생각 안 했어요. 고심해서 고르지도 않았고요 그냥 세 배우분들이 영화를 찾아서 와준 거 같아요" 걸그룹 결성하는 것처럼 고르는 게 아니라 '어쩌다' 와준 소중한 배우들이라 그랬을까? 영화는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성격과 장점들을 간단하지만 명확한 연출로 만들어낸다. 불의를 참기 힘들고 오지랖이 강한 자영은 사건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고 누구보다 당돌한 유나는 자영이 저지른 일에 기름을 부으며 사건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데 촉매제가 되어준다. 올림피아 수학 대상을 받고도 회계장부 영수증의 숫자를 고치며 "숫자에게 미안해"라는 말을 하는 보람은 자영과 유나 부족할 수 있는 수학을 활용해 사건을 해결하는데 한축을 맡게 된다. 고졸 상고 출신의 주인공들은 그저 상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직원들의 허드렛일만 도맡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녀들은 우리를 닮아있어 더 애정이 간다. 

 

 

판타지 영화

다만 영화가 후반부로 진행되면서 주인공 3명의 색이 좀 옅어지고 결국 같은 목표지점이지만 페놀방류 사건이 아닌 외국기업의 국내 회사 매각이라는 주제로 급선회해버리며, 이야기 또한 급속도로 진행된다.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흘러갔던 영화는 뜨문뜨문 개연성과 당위성을 배제한 체 한 가지 목표로만 달려가버린다. 곁가지들을 급하게 쳐버리는 편집이 들어가니 왜 이 사람이 이 타이밍에 갑자기 나오게 되고, 고지식하고 전형적인 꼰데에 가까웠던 사람이 갑자지 적군 편에 들어가 아군 인척 하는 장면을 보며 아 이렇게 갑자기?라는 의문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인수합병을 저지하는 후반부에서는 오글거리는 대사들과 연출로 인해 전형적인 판타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앞서 말했던 장점을 전부 덮어버리고 단점만 남아버린다. 

 

 

'어쩌다'

감독의 말과같이 '어쩌다' 라는 말처럼 보람은 어쩌다 보니 내부고발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해결하게 된다. 이런 장치들은 무거운 고발이라는 주재를 좀 더 가볍게 풀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자영이 봤다잖아, 한번 해보자!"라고 어쩌다 시작해보니 기업의 내부고발로 이어지고, "상대방은 거대 기업이야 건들다가는 우리만 다쳐!"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해결하는 모습들을 보자면, 작고 작은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파이팅이 스크린 밖에서도 전해 지는듯하다. 우리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작은 그들이 이뤄내는 기업 고발과 그들이 대리가 되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그런 결말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속에 울려 퍼지는 파이팅이라는 글자만은 가슴속에 메아리쳐 괜찮은 여운을 남기게 되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어쩌다'라는 일의 시작이 마땅한 결과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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