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nhj12311.tistory.com/296 [This is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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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작품 드라이브가 2020년 9월 03일 다시 재개봉했다. 그의 영화 <드라이브>는 지난 20년 동안 칸 영화에 없던 예술적인 미적인 감각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폭력성으로 인해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라이언 고슬링은 초기에 멜로 같은 가슴 미어지는 남주인공 역을 맡았다가 이 <드라이브>라는 영화를 기점으로 강하고 매력적인 역을 소화하는 순간도 많아졌다. 특히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라라 랜드>, 블레이드 러너 2049>를 통해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역을 많이 맡았으며, 그의 역할에는 한계가 없는듯한 변신으로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드라이브>에서 특히 알듯 모를듯하게 줄타기를 하는듯한 그의 내적 연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넓은 스크린에 앞도 당하는 느낌을 준다. 이런 느낌들은 영화 초반이 아닌, 영화 후반에 더 두드러지며 끝을 향해 달려가는 라이언 고슬링이 어떻게 될지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는 그런 영화다. 

 

 

처음 오프닝에 집중하라


한적한 은행 주변으로 사내 두명과 차를 타고 있는 라이언 고슬링이 대기하고 있다. 검은색에 전문가 느낌 물씬 느껴지는 장갑과, 두 사내가 일을 처리하고 시간을 재기 위해 핸들대 위에 묶어놓은 시계 그리고 경찰의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준비한 무전기까지, 그가 하는 부업치 고는 굉장히 스캐일면과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부업이다. 그러나 이런 스릴을 좋아하는 고슬링은 뒷좌석에 탄 범죄자가 호들갑을 떨 동안 입에는 이쑤시개를 문채 묵묵하게 기다린다. 그에게 이런 스릴은 자동차 정비만 하는 고슬링에게 흥분되고 짜릿한 일이다.

 

이런 위험한 일을 하면서 눈썹하나 까딱 않는 그를 보며 보는 나마저 긴장감에 빠뜨린다. 그렇게 두 사내가 고슬링 차에 탑승하고 추격하는 경찰차를 피해 조용한(?) 추격전이 시작된다. 이후 2017년에 개봉한 베이비 드라이버에서 좀 더 박진감 넘치고 빠른 편집 스타일로 비슷하게 구현해냈다. 하지만 라이언 고슬링의 드라이브는 조금 다른듯한 시선을 보여준다. 쫓아오는 혹은 주인공을 둘러싼 상황을 적게 보여주고, 오히려 라이언 고슬링의 시선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킹을 보여준다. 이런 워킹은 추격적 보다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침착하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소개와 같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주변 상황을 보여주고 빠르고 지루할 틈이 없는 컷 편집으로 인해 드라이버의 화려한 운전실력을 표현하고 있다. 두 영화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범죄자들을 태우고 도로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이라는 큰 틀은 같지만, 전혀 다른 것을 말한다는 점에서 이 처음 오프닝 추격전은 주목할만하다.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


그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면서, 부업으로 범죄자들의 도주를 도와주고 돈을 받는 일이 세상에 전부다. 평소에 친한 섀넌에게도 무뚝뚝한 편으로, 평소에 말을 잘 안 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그렇게만 살아왔던 그에게 옆집에 사는 '아이린'이라는 유부녀를 알게 되고는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보는 고슬링은 어쩌면 겉으로는 착한 역을 가담하고 있지만, 그가 하는 행동들을 보면, 세상 어떤 호러영화보다 섬뜩하다. 그런 사실들은 그가 하는 행동을 죄라 생각하지 않고 '정당'한 거라 생각하며 꾹꾹 눌러 담는다. 그리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저지르는 일들은 실은 연쇄살인마와 다를 바가 없다. 그렇게 그의 연기는 그녀가 위험해는 순간부터 완전히 달라지는데, 자신을 죽이러 온 부하들을 몸싸움 끝에 총으로 죽이며 피범벅이 된 그의 얼굴을 보면, 그는 영웅이 아니라 악마처럼 보인다. 밝은 빛에서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연출은 그가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졌다는 걸 말한다. 사건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려는 그의 노력은 더 깊은 수렁으로 그를 끌어당기고, 내면 속에 악마가 깨어난듯한 고슬링과 처참하게 죽어나가는 악역들은 오히려 착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내면연기를 훌륭하게 표현한 고슬링의 연기도 주목할 점

 

훌륭한 음악과 액션


우리가 기대했던 그런 영화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드라이브>는 잔인한 액션 속에 빛과 음악으로 감성 멜로를 지향하고 있다. 제목과 크레디트부터 '핑크'로 시작해 현란한 빛으로 포장하 듯한 연출, 게다가 아이린 앞에서 키스를 마치고 자신을 죽이러 온 사내를 무참히 밟아버리는 것까지, 감성 멜로와 누아르처럼 서로 섞이지 않을 단어들은 라이언 고슬링이라는 촉매제를 만나 전혀 색다른 모습들을 자아낸다. 그를 둘러싼 색채와 정적인 영화 속에 터치는 핏빛 향연은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져 영화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에 큰 물결을 일으킨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OST 또한 영화를 훌륭하게 완성하는 마법이 되는데, 몽환적이고 전자음이 가미된 OST는 운전을 하는 드라이버만큼이나 영화와 함께 질주해가는 것과 같다. 깜깜한 도시에 여유롭게 깔리는 음악이 함께하는 순간 드라이버 옆에 타 그와 함께 드라이브하는 착각마저 든다.

 

제목과 크레디트부터 '핑크'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강인한 남자의 드라이브 추격씬과 그 여자를 홀로 지켜내는 스토리 같다. 사실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한 남자가 자신의 개인사에 끼어든 한 여자를 지켜내는 것만은 같으니 말이다. 하나 그런 포장을 뒤로하고 벌어지는 선홍빛의 진한 핏빛과 핏빛으로 얼룩진 재킷을 벗지도 않고 끝까지 가겠다는 주인공의 의지를 보자면, 그는 마치 악마와도 같다. 손에 묻은 피는 손으로 씻을 수 있지만, 빨래는 외부의 힘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그가 갈아입지 않고, 끝까지 가는 이유는 이 사실을 인정하기 싫음과 동시에 자신이 모든 걸 끝내겠다는 의지 때문일 것이다. 그가 입은 재킷의 전갈처럼 내부의 독이 밖으로 드러나 아이린과 관련된 모든 사람을 쑤시고 나서야 영화는 끝이 난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뭐였을까? 아이린을 지켜낸 영웅일까 아님 악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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