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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 - 인생의 불확실성에 대해

category MOVIE P-/- 리뷰(영화) 2020. 8. 2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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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바깥소리가 다들 릴 정도로 천둥번개가 치는 하늘, 그리고 그 창문을 바라보는 아들 한 명과 부부 둘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된다. 창문 사이로 보이는 번쩍이는 번개와 검은색으로 칠을 해놓은 듯한 먹구름은 앞으로의 일들을 암시하듯 요란스럽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가족의 가장인 영화 포스터 전문 화가인 주인공 드레이튼은 태풍으로 인해 초토화된 마당과 집을 치우기 위해 어린 아들과 시내 대형 마켓으로 향한다. 태풍으로 인해 나무가 꺾이고 집이 완파된 곳이 많은지, 마켓 안에는 생필품을 사제기 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여느 재난과 다를 것 없던 그날은 한 남자의 외침으로 분위기가 확 바뀐다. 안갯속에 무엇인가 있고, 그 사이로 친구가 사라졌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건물이 흔들거릴 정도의 지진과 알 수 없는 일로 무서워진 사람들은 오히려 밖에 나가다가 화를 당한다. 일제히 공포에 휩싸인 슈퍼마켓과 그 밖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를 보고 깨닫는다. 더 이상 좋게 흘러가긴 글렀구나 라는 것을..

 

항상 공포 영화에는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말 안 듣는 사람, 혼자 다니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이런 사람들은 어찌 됐든 하지 말란 것을 했으니 그에 따른 대가가 따른다. 크게 다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런 사실들은 마치 뻔하게 작용하는 것 같으면서도, 극의 톤을 바꿔주는 역할을 하거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하나의 장치가 된다. 우리가 귀신이 나올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심하게 놀라는 것처럼 말이다. 극의 톤이 확 바뀌면서, 안개가 햇빛을 감싸고, 어두운 분위기가 마켓을 감싸는데, 안개로 인해 모든 상황이 불확실한 시점에서 이영화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안 보이고 명확하지 않다는 건 불확실하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확실하다에 반대인 것이다. 확실하다는 우리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무언가 불확실하다는 건 앞으로 일어날 일들도 알 수 없다는 것을 동반한다. 이런 장치들이 우리에게 미스터리함과 동시에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데, 미스트는 그 점을 정확하게 파고들어 우리들을 마켓 한 가운데로 끌어들인다. 소설가 러브 크래프트의 명언은 인간의 공포심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한다.

 

가장 오래되고도 강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다.

가장 오래되고도 강한 종류의 공포는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공포다

- H.P. 러브크래프트

 

이런 공포는 처음으로 안갯속 무언가와 마주할 때 발현되는데, 트레 이튼과 몇 명의 동료가 발견한 안개의 어떤 괴생명체로 인해 사람들은 기겁을 하게 된다. 그 어떤 것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안개였지만 막상 마주한 그것이 이상한 벌레였을 줄이야.. 아직도 그때 문어발 같이 생긴 생명체가 사람을 물어뜯어 죽이는 걸 보고 '대박'이라는 말은 연거 푸했었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상황에, 극 중 나오는 변호사만큼이나 믿기 힘들었지만 어쩌겠다 본 자의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정체가 드러난 괴생명체들은 마켓을 공격하고 안갯속 그것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전부 패닉에 빠지게 된다.

 

1 내부로부터 오는 괴물

이 영화에서는 외부에서 오는 공포가 있다면, 내부에서 생기는 갈등으로 인해 사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안 보이고 불확실한 공포가 외부였다면, 스스로 괴물을 만들어내는 마켓 안 사람들이다. 영화 초반부터 종일 이상한 말로 떠들어대던 광신도 카모디 부인은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해 권력을 잡고, 그 권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패닉 상태로 만들어낸다. 이 모든 것이 신의 뜻이며, 신의 뜻을 자신이 전하고 있느거라고 떠들고 다닌다. 그런 카모디 부인의 행동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짜증이 났을 거라 생각한다. 필자도 그랬다. 하나 내가 저 상황 속에 들어간다한들 제정신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그건 또 아니더라. 카모디 부인이 말한 상황과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가고, 패닉에 빠진 한 신도가 '화살촉 프로젝트'에 대한 비밀을 듣게 되면서 급속도로 상황이 나빠지게 된다. 극한의 상황 속에 놓인 사람들이 카모디 부인 말을 믿고 그녀의 말에 사람을 죽이는 걸 보면, 외부에 있는 괴물보다 더한 괴물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든다. 문득 생각해보면 다 같이 안면도 있고 한마을이 었던 사람들은 왜 이렇게 변하게 된 걸까? 마음속의 불안과 의심으로 인해 서로를 믿어야 할 상황에 도리어 적으로 만들어버린다. 평소 친하게 지내고 선한 사람마저 악마로 만들어버리는 공포는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이성적이지 않고 감성적인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영화는 외부로부터 오는 공포로 인해 사람들이 얼마나 괴물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사실 이런 각자 사람들이 가진 군상들은 영화로부터 자주 드러내 왔다. 이런 사람들의 군상들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는 <알포인트>, <로스트>, <새벽의 저주> 등이 있다. <로스트>는 미국에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로, 무인도에 갇힌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겪으면서, 갇힌 사람들의 심리를 잘 드러내고 있고, 좀비 드라마로 유명한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는 좀비로 인한 위태로운 상황을 자주 보여줬던 반면 후반부에는 오히려 좀비로 인한 사람들의 갈등, 의심으로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도 공포, 미스터리 물로 유명한 <알포인트>는 동료를 구하러 간 대원들과 섬안에서 알 수 없는 현상을 겪고 이 섬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심리적인 압박으로, 상대 동료들을 의심하거나 죽이는 상황까지 내몰린다. 이런 영화들의 공통점은 뭘까? 영화에서 나오는 좀비나 귀신같은 경우는 전부 본인들이 만들어내거나 인간이 만들어낸 일종의 '갈등', '의심'이라는 키워드가 된다. 좀비는 실험에서 잘못된 바이러스가 퍼진 경우고, 귀신같은 경우는 베트남 전쟁에서 잘못한 과오때문에 본인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허상이다. 결국 사람들의 오만함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생겨난 것이다. 이제 앞으로 돌아가 보자, 영화 중반부에서는 약품을 구하기 위해 떠났던 사람들이 죽음을 직전에 둔 헌병의 "모든 건 우리 잘못이야 우리가 잘못했어"라는 말을 듣고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그 의문은 마켓에 있던 2명의 군인이 자살하면서 촉발되는데, 그 자살한 동료들의 친구였던 사람은 패닉에 빠졌던 친구들이 본인에게 해줬던 이야기를 말한다. 일명 '화살촉 프로젝트'라는 실험이 군대 내에 있었고,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문을 만들어내는 실험이었다 고 그는 말한다. 즉 그 실험이 잘못되었고 그 때문에 모든 안개와 괴물들이 이곳으로 모이게 된것이였다 

 

2 어떤 것도 틀리지 않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결국 카모디 부인의 말이 어떻게 보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어찌 됐던 그것이 신의 분노든 초자연적인 현상이든, 인간의 오만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실험의 실패로 인해 생길 일보다는, 원초적인 호기심 때문이 었다는 걸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의 오만은 항상 따라다니는 꼬리표와 같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 것 같고 그래서 인간은 일이 잘못된 후에야 자기가 잘못한 것임을 안다. 본인이 잘못된 것인지를 인지하기까지는 잘못되고 나서야 그게 잘못된 것인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런 건 결말에서 확연히 드러나는데, 주인공 드레이튼과 어린 아들을 포함한 5명은 가까스로 빠져나오고 차와 권총을 가지고 안개에서 벗어 날 수 있을 때까지 달린다. 하나 부족한 기름으로 인해 서버린 자동차와, 오만하지도 않고 이성적인 생각으로 버텨왔던 지난 시간들이 있었지만, 곧 죽을 거라는 공포 아래 점점 이성을 잃어버린다. 허나 영화 마지막 순간 이성을 잃어버렸고 총에 남은 총알 4발을 아들, 부부, 여자에게 모두 쏴버리고, 혼자 남은 남성은 괴생명체에게 죽으려 소리를 지른다. 극도의 패닉에 멀리서 들려오는 괴생명체의 울음소리 이제 남은 희망도 없는 찰나에 그의 앞에 등장하는 건, 군대였다. 앞서 아이들을 살리고자 같이 가줄 수 없냐고 외쳤던 여인이 타있는것과 화염방사기로 괴생명체들을 죽이고 있는 군대들을 봤을 때 주인공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한치도 볼 수 없는 안개로 인해 불확실한 상황보다는 확실하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한 자신의 오만에 괴로워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삶의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는 걸 알려준다. 한 치 앞도 몰랐던 안갯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슈퍼마켓에 있었던 사람들은 구함을 받음으로써 삶을 더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고, 영화 내내 차분함을 유지했던 주인공은 가장 참담한 현실에 놓여 괴로워한다. 어느 것 하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맞는 상황은 없었던 것이다. 이런 것이야 말로 우리가 불확실한 상황에 공포를 느끼는 원초적인 감정 아닐까? 잘못한 행동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 수 있다는 건, 한 치 앞도 알 수 없었던 미스트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결말부를 통해 확실하게 드러낸다. 안개가 드러나듯이 영화는 우리 앞에 펼쳐진 인생이 마치 안개와 같이 뿌옇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모험을 떠날 수 있다는 건,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인듯하다.(물론 이런 공포 상황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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